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드라마이야기] 화영도 지수도 피해갈 수 없는 ‘내 남자의 입맛’ & 이오언니와의 덧글^^

끄적끄적..

by 아타1004 2007. 6. 13. 19:54

본문

매거진 T



SBS <내 남자의 여자>의 화영(김희애)은 순수하다.
그는 준표(김상중)와의 키스에 기뻐하고, ‘사랑하니까’ 준표의 아이를 낳길 바라며, 준표와 헤어지라며 그의 아버지가 주는 큰 돈 대신 준표가 주는 작은 생활비에 기뻐한다.
화영은 오직 ‘사랑 때문에’ 자신이 가질 수 있는 모든 것을 포기한다.
화영은 의사 일을 포기하고, 준표의 아내 지수(배종옥)의 언니 은수(하유미)에게 마트 한 복판에서 머리채를 잡히는 것을 감당하며,
법에 명시된 계약을 무시하고 불륜 커플은 무조건 나가라는 빌라 주인의 요구도 받아들인다.


화영도 지수도 피해갈 수 없는 ‘내 남자의 입맛’

무슨 문제든 ‘제3자’는 빠져달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이 아닌,
한 사람의 애정사가 곧 한 ‘가정’의 애정사가 되고, 그것이 자식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는 ‘한국’에서 불륜의 끝은 도피밖에 없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영은 준표를 온전히 갖지 못한다.
준표는 화영과 키스를 하며 햄버거를 먹다가도 ‘집 밥’이 그립다며 지수를 찾고,
아들이 그립다며 지수를 찾으며, 부모님이 찾는다며 지수를 찾는다.
화영이 자식을 낳지 않는 한, 준표의 부모에게 인정받지 않는 한, 화영이 지수가 길들여놓은 준표의 입맛을 바꾸지 않는 한 준표는 지수의 ‘내 남자’다.

그리하여, 준표와 ‘불륜’ 시절에는 ‘아줌마 냄새’ 피우지 않고 예측불허의 정열로 준표를 리드하던 화영은
준표와 ‘부부’가 될수록 자신이 가진 걸 모두 포기하고, 더 나아가서는 요리학원에 다니며 준표의 입맛을 맞추려는 ‘주부’가 되려한다.
남자는 여전히 그대로 여자가 해주는 음식을 먹지만, 여자는 그 음식을 만들기 위해 변한다.
그래서 <내 남자의 여자>는 드라마에서 반복되던 불륜의 도덕성 대신 불륜에 휘말린 나, 내 남자, 그리고 그 여자를 지배하는 시스템에 주목한다.
불륜이건, 사랑이건, 화영이건 지수건, 한국의 여성들은 ‘내 남자’를 위해 그가 좋아하는 ‘굵은 소금뿌린 찐 감자’를 할 줄 알아야 한다.


현실 혹은 이상, 현실의 수용, 혹은 변화. 김수현의 미묘한 한 발
중요한 건 불륜이냐 사랑이냐, 도덕적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미국의 성형외과 의사’였던 화영마저 한국에서는 ‘현모양처’가 되기 위해 노력하도록 만드는 가부장제 중심의 사회 시스템이다.
지수가 아무리 준표에게 분노를 쏟아 부어도 준표가 ‘착하게’ 위자료를 주지 않는 한, 준표의 부모가 ‘착하게’ 지수를 응원하지 않는 한
지수는 거리에 나앉을 수밖에 없다.
‘친구의 남편과 붙어먹은 화냥년’이 ‘음식’과 ‘제3자’에 의해 서서히 위기에 몰리고,
남편의 살림을 뒷바라지한 여자는 10년 만에 시댁 식구에게 ‘인정’받으며
자신의 요리 솜씨를 발휘할 샌드위치 집을 차리며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일련의 과정들.


김수현 작가는 <내 남자의 여자>에서 불륜을 저질렀으되 등장인물 중 가장 사랑에 순수한 화영을 통해
불륜이 두 사람의 ‘치정’이 아닌 가부장제하의 문제라는 것을 폭로하지만,
동시에 가장 현실적인 방법으로 ‘내 남자’와 ‘내 가정’을 무너뜨리는 불륜 여성을 응징하는 카타르시스를 선사하고,
가정주부의 가치를 판타지에 가까운 ‘이상적인 이혼’을 통해 인정하면서 현실 폭로와 상업성이 공존하는 절묘한 경지를 보여준다.


그러나 <내 남자의 여자>가 흥미로운 것은 지금부터다. 가정에 헌신하던 지수는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았고,
남편과 적절한 선에서 타협하며 살았던 은수는 남편과 가정의 헤게모니를 양분한다.
그렇다면, 한국 사회에서 ‘사랑’만 외치던 화영은 어떻게 될까. 그는 완벽한 현모양처가 될까,
아니면 지수에게 준표를 보낼까. 아니면 준표에게 가끔은 찐 감자를 해주되 가끔은 햄버거를 먹을 수도 있는
새로운 형태의 ‘가족’이 될까.
현실 혹은 이상, 현실의 수용, 혹은 변화. 김수현 작가는 그 미묘한 한 발을 내딛는 시점에 와있다.



글 강명석

 

 

=================================================================

아타나시아

-> 완전 동감입니다.
    화영에 왕 짜증이 나면서도 준표의 바뀌지 않는 이기주의에 화영이 맞춰주고 싶어하는 것을 보면 더 짜증이 확...
    시간 상 거의 못보지만 가끔 어쩌다 지나가다 한컷 보면 속에서 뭔가가...ㅋㅋ

이오

-> 난 이 드라마 안보는데, 강명석씨가 쓴 이 글을 읽으니 그림처럼 그려지더라고.

    뭐 언제나 그렇지만 저런 상황에서 젤 골아픈 인간은 자기 입맛과 자기 감정밖에 중요한 게 없는 저런 넘이겄지. 화영이란 여자는 넘 순수한 건지 대책이 없는 건지. 화영이 처럼 자기 문제가 꼬인 상태에서 남자한테 맛이 회까닥 가버리면 방법이 없는데...

아타나시아

-> ㅋㅋ 울회사 애들이 그러는데 화영이 이제 정신차릴것같다고 합니다.
     저도 어제 안봤거든요~
     현재로서는 화영이 제일 바보입니다. 얻은게 꼴랑 남자 하나인데.. 것도 얻은것이 아니란것을 알아가겠죠

이오

-> 성형외과 의사까지 했던 전문직 여성의 손해보는 불륜과 결혼, 게다가 친구까지 잃으면서 '쟁취'한 후진 남자 한넘, 똑똑한 척은 혼자 다하는데 막상 자신과 남을 동시에 망가뜨리는 헛똑똑이 여자들의 맹점을 잘 보여주는 듯.

   사랑에 목숨 걸 가치도 없는 인간한테 목을 맨다는 게 정녕 비극이얌. 화영이란 여자는 한국사회의 가부장제 시스템을 조금이라도 냉철하게 파악했더라면 그 지경까지 안 갈 것을...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