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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Jan10 한강 시강제

우리땅 걷기/동네 마실

by 아타1004 2010. 1. 18.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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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시강제 시간에 맞춰 움직이려다 좀 늦을 것같아 그냥 성내역에서 내려 거꾸로 올라갔다..
올라가다보면 내려오는 사람들과 만나겠지...
그러나 그건 나의 착각... 여튼 억수로 걸었다... 지금도 발바닥 근육이 무척 땡김...;;;

천호대교밑에서는 꽁꽁 언 한강에 내려가 콩콩 뛰어보기도 하고....
한남대교로 가던 길에 눈속에 발을 담가보기도 하고...ㅋㅋ
포장길을 걷는 것이 쉬운 것은 아니었으나... 나름 재미있었당.~

신정일 선생님께서 작성하신 始江祭 고천문

유세차

경인년 일월 열이레


서울의 한강 천호대교 아래에서 사단법인 우리 땅 걷기의 도반들이 모여 마음을 모아 시강제를 올립니다.
강원도 태백시 창죽동 검용소에서 발원한 한강이 삼척, 정선, 영월 단양을 지나 제천에 이릅니다.
충주댐을 지난 강물은 탄금대와 목계나루를 거치고 흥호리에서 섬강을 받아들인 뒤 여주에서 여강이 되어 흐릅니다.
양근나루를 지난 강물은 남한강과 북한강이 마나는 두물머리를 거친 후 하남과 구리사이를 지나서 서울에 접어듭니다.
송파나루, 한강진, 동작진, 노량진, 양화진을 지난 한강은 고양시에서 임진강을 받아들인 뒤
애기봉과 조강포를 지나 김포시 월곶면 보구곶리의 유도를 지나며 서해 바다로 들어가 대동강, 청천강 금강을 만나서 하나가 됩니다.
우주 순환의 이치를 안고서 흐르는 한강, 천 삼백 리 한강을 두고 사람들은 민족의 젖줄, 역사의 숨결이라고 부릅니다.
한 반도 오천년 역사를 안고서 흐르는 한강의 역사가 어디 오천년뿐이겠습니까? 강에 기대어 살아온 것이 인류의 역사입니다.
그래서 엘리어트는 <네 개의 사중주>에서 유장하게 흐르는 강을 두고 “인간들이 잊고 싶은 것을 회상시키는 자”라고 노래했습니다.
<대학>에서는 “만약 하루를 새로울 수 있거든 날이면 날마다 새롭게 하고 또 날로 새롭게 하라.”고 말하고 “사도 바울은 ”나는 매일 죽노라.“ 라고 말합니다.
또한 헤라클레이토스는 ”똑 같은 강물에 두 번 들어갈 수 없다.” 라고 강물을 평했습니다. 강물이 바로 그렇습니다.
고대인들은 '자연을 따르고 자연의 이치에 맞게 행동하라'고 말했고 노자는 '만물은 자연스레 생성한다' 했으며
생태학자들은 조그만 하천에다 보를 막는 것조차 자연에 대한 인간의 간섭이기 때문에 자연생태계를 파괴하는 것으로 보았습니다.
그러나 '강을 살리자'라는 구호의 물결 속에서 한국의 강이 변화의 길목에 서 있습니다.
동학의 2대 교주였던 해월 최시형崔時亨 선생은 『개벽운수』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이 세상의 운수는 개벽의 운수라 천지도 편안치 못하고 산천초목도 편안치 못하고 강물의 고기도 편안치 못하고 나는 새 기는 짐승도 다 편안치 못하리니 유독 사람만이 따스하게 입고 배부르게 먹으며 편안하게 도를 구하겠는가. 선천과 후천의 운이 서로 엇갈리어 이치와 기운이 서로 엇갈리어 이치와 기운이 서로 싸우는지라 만물이 다 싸우니 어찌 사람의 싸움이 없겠는가?"
최시형 선생의 말처럼 사람과 사람이 싸우고 사람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이름 아래 자연을 거스르고 있는 것이 오늘날 세계의 추세입니다.
성호 이익李瀷은 <성호사설>에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정신이란 모습 속에 있는 것인데, 모습이 이미 같지 않다면 어찌 정신은 온전하게 전할 수 있겠는가?”


인간들이 ‘먹고 살아야 한다는’ 핑계로 강을 자꾸 훼손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강은 그 푸르디푸른 물빛으로 흐르며 스스로 정화하면서 인간들에게 생명과 무한한 사랑을 주고 있습니다.


“강물은 감자를 심지 않네. 목화도 심지 않네.
심는 사람은 잊혀지지만 유장한 강물은 흘러서 갈뿐, 흘러서 갈뿐“
이라는 강물노래처럼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며 우리는 사람들에게 말해야 합니다.

“강을 사랑하는 이여, 강에 기대 사는 이들이여, 강을 따라 천천히 걸어보시라, 삼라만상이 내는 모든 소리가 깃들어 있다는 강물소리를 들으며 “듣고, 생각하고, 기다리는 법을 배우시라.
'이익과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인간에 의해 파괴되고 오염된 강이 그래도 머무르지 않고 흐르면서 그 상처를 스스로 치유하는 것을 바라보시라.
모든 지류 모든 물길들을 하나도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여 얼싸안고 망망한 바다로 흐르는 강,
니체는 말하지 않았는가.
"강을 보라. 수많은 우여곡절 끝에 그 근원인 바다로 들어가지 않는가"
수많은 질곡의 세월들을 거치며 그 영원의 바다로 들어가는 그 강을 따라 걸으며 강을 바라보며 강이 사람과 하나라는 것, 사람도 역시 그 강물처럼 흐른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끼시라,“

한강이 당신들에게 나직이 속삭이는 소리가 들리지 않습니까?

한강, 낙동강, 금강, 섬진강, 영산강, 그리고 낙동강의 큰 지류인 남강이 경인년 사단법인 <우리 땅 걷기>에서 걸어야 할 한국의 강입니다.
기로에 선 한국의 강이 오천년 우리 역사의 숨결과 유장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세세토록 흐르기를 우리는 갈망합니다.
우리를 살게 하는 생명의 강, 강의 신이여!
굽어 살피시고, 우리의 마음들을 모아 온전하고 유장하게 흐르도록 하소서

경인년 정월 열이레
한국의 강을 사랑하는 사람들

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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